시작하는 어반스케치: 초원사진관

My First Urban Sketch

영화 8월의 크리스마스가 개봉한지 벌써 20년이 넘게 흘렀다. 영화 속 초원 사진관은 군산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장소 중에 하나가 될 만큼, 이루어지지 않은 사랑과 애틋함의 이야기는 사람들의 가슴 한편에 깊이 자리한듯하다. 그런 영화의 촬영지를 찾아가 보고 느끼며, 확인하는 과정은 감정의 여운을 더 선명하게 만든다. 거기에 직접 보고 그린 드로잉이 더해진다면 조금은 더 각별한 경험으로 오랫동안 기억되지 않을까.

1.

대상을 그리기에 앞서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그릴 대상의 면밀한 관찰이다. 천천히 여유를 갖고 대상을 살펴보는 것은 큰 도움이 된다. 그다음 작은 것들에 시선을 두지 않고, 큰 흐름을 파악한다. 쉽게, 큰 덩어리를 확인하는 것. 필요에 따라 연필 등으로 가볍게 스케치해두는 것도 괜찮다.

2.

먼저 간판과 아래 차양을 그린다. 특히 차양은 가운데 길게 놓여있어 건물의 위, 아래를 구분 짓고 있다. 위치를 잘 가늠해서 그려주어야 전체적인 비례가 어긋나지 않는다. 그다음 그려둔 간판과 차양의 위치를 토대로 스쿠터를 그려준다. 보통 가까이 있는 것에서 멀리 있는 순으로 그려나가는 것이 차근차근 채워 나가기에 좋다.

3.

건물의 외곽을 그린 후, 차양을 기준으로 위쪽 부분을 채워나간다. 항상 염두에 두어야 할 것은 이미 그려둔 개체를 기준으로 새로 그려 넣을 개체의 위치와 크기를 찾아야 한다. (사진을 예로 들면 간판 뒤 창문의 가로 위치는 ‘원’자의 가운데, ‘진’자의 가운데)

4.

다음 차양의 아래쪽과 스쿠터의 뒤쪽을 그려준다. 실내의 경우 어둡게 보여서 묘사를 하지 않는 경우가 있는데, 채색 시 그 부분만 덩그러니 비어 보여 자칫 미완성으로 보일 수 있다. 간단하게라도 그려주는 것이 훨씬 완성도가 높아 보인다.

5.

건물의 높이에 맞춰 왼쪽 나무와 화분 입간판 등을 그려준다. 나뭇잎은 하나하나 그리지 않고, 전체 외곽선과 그림자의 영역만 구분해주자. 그림의 장점 중 하나는 불필요한 것을 빼거나 더해 자신의 주관으로 재해석할 수 있다는 점이다. 이번 튜토리얼에서는 영화 속 초원 사진관만의 여운을 살리고자 양쪽 끝 관광안내판과 주변 건물 등은 제외하였다.

6.

수채 채색 시 밝은 색에서 어두운색 순으로. 수채 물감은 여러 색이 섞이면 탁해지기 때문에 2~3가지 정도의 색상으로 조색해준다. 흰색이 섞이게 되면 또한 탁해지므로 색의 진하고 흐린 정도는 물의 양으로 조절해야 한다. 흰색 부분은 채색하지 않고, 종이의 색으로 남겨둔다

7.

마지막으로 그림자는 이미 채색된 물감이 완전히 마른 상태에서 덧칠해 완성한다. 그림자의 조색은 인디고(Indigo)나 페인즈 그레이(payne's gray) 같은 어두운 파랑 계열과 검정을 섞기도 하고, 블루와 브라운 계열을 섞어 주기도 한다. 여기서는 페인즈 그레이에 블루 계열인 울트라마린(ultra marine)을 소량 섞어 주었다.


드로잉을 가장 힘들게 하는 것은 똑같이 그려야 한다는 강박에서 시작된다. 누구나 같은 모양, 형태 그리고 색상이 같다면 그림에서 개성이나 화풍은 존재할 수 있을까. 조금 형태가 맞지 않거나 삐뚠 선이라도 끝까지 완성하자. 그것은 세상에 하나뿐인 나만의 드로잉이 된다.


단순한 대상을 그리더라도 그리는 동안 여러 이야기들이 함께 담긴다. 시간이 흘러 스케치북을 펼쳤을 때, 그리던 순간의 여러 기억들은 영화 속 한 장면처럼 펼쳐진다. 지워지지 않는 기억과 경험이 되는 것이다. 언젠가 당신이 군산을 찾아 여기, 초원 사진관 앞에 다다랐다면 한 장의 드로잉으로 자신만의 여운 가득한 기억을 만들었으면 하는 바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