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촌주민과 함께 걷는 서촌골목산책

Shall We Take a Walk?

안녕하세요. 서촌에서 3년째 살고 있는 서촌주민 W입니다. 서촌은 경복궁과 청와대를 가까이 두고 있는 조용한 동네에요. 전통적인 한옥과 현대적인 빌라가 나란히 늘어서 있고, 인적 드문 골목길이 이어져 혼자 사색하며 걷는 맛이 있는 동네이기도 합니다. 숨겨져 있어 자칫 놓치기 쉬운, 현지인만 알고 있는 산책길을 여러분께만 소개할게요.

서촌은 완만한 경사 위에 자리하고 있어요. 같은 길을 걸어서 왕복하는 것도 좋지만, 버스를 타고 언덕 위로 올라가 걸어 내려오며 둘러보기를 추천합니다. 경복궁역이나 광화문역, 시청역에서 종로 09번 마을버스를 타세요. 내릴 곳을 지나칠 걱정 없이 종점에 내리면, 서촌골목산책의 시작입니다.


이제 천천히 내려가 볼까요? 처음 만나게 되는 포인트는 <푸른 양귀비>입니다. 놀랍게도 이 건물은 지어진지 100년이 넘었다고 해요. 카페이자 와인바이면서, 동시에 티벳 문화 박물관이기도 합니다. <푸른 양귀비>라는 이름도 티벳이 있는 히말라야에서 피는 독특한 꽃에서 따왔다고 하네요.

남정 박노수 화백의 작품을 만나볼 수 있는 <박노수 박물관>입니다. 한국을 대표하는 화가 중 한 분으로, 한국의 수묵화를 현대적으로 해석한 독창적인 작품세계를 펼치셨지요. 박물관의 건축 자체도 흥미롭습니다. 일제시대에 지어진 건물로, 한옥과 양옥의 특징을 모두 갖고 있고, 동시에 일본과 중국의 영향도 찾아볼 수 있거든요.


조금 더 내려가봅니다. 언제인지 모르게 꽃집이 생겼네요. 저도 오늘 처음 발견했어요. 서촌은 이렇게 조금씩, 느리지만 꾸준히 변화하고 있습니다. 이제 길을 건너가볼게요. 

조금 더 내려가봅니다. 언제인지 모르게 꽃집이 생겼네요. 저도 오늘 처음 발견했어요. 서촌은 이렇게 조금씩, 느리지만 꾸준히 변화하고 있습니다. 이제 길을 건너가볼게요. 

서촌의 에그타르트 맛집, <통인스윗>입니다. 에그타르트와 호두타르트, 초코타르트 세 종류가 있어요. 막 구워져 나왔을 때 더 맛있기 때문에 그냥 지나가다가도 타르트가 나오는 시간이면 꼭 들를 정도로 좋아하는 가게입니다.


이곳을 발견한 지는 1년 반쯤 된 것 같네요. 독립서점 <서촌 그책방>. 이곳에는 ‘주인이 읽은 책만 판매한다'는 원칙이 있다고 해요. 노란 포스트잇에 적힌 책 소개를 하나 하나 읽어가는 재미도 있습니다. 매주 여러 차례 독서모임도 여신다고 하니, 관심이 있으신 분은 참석해보시기 바라요.


서촌골목에는 여행자를 위한 한옥 게스트하우스도 여러 곳 있습니다. 조용한 한옥에서의 하룻밤, 생각만 해도 멋지지 않나요?

<날개>를 쓴 시인 ‘이상'이 살았던 곳, <이상의 집>입니다. 집터의 일부를 멋진 카페이자 박물관으로 꾸며놓았습니다. 무료관람이니 부담 없이 들러보세요. 다만 많은 사람이 함께 이용할 수 있도록, 30분 이내로만 머물기로 해요.

산책길의 마지막 코스는 먹자골목입니다. 밤이면 청사초롱이 불을 밝혀 분위기가 더욱 살아나지요. 이곳에서 제가 가장 좋아하는 메뉴는 비빔국수와 들깨수제비, 그리고 라면입니다. 산책의 끝에 조금 출출해졌다면 간단히 식사를 하는 것도 좋겠네요.


이제 종착지인 경복궁역에 도착했네요. 한적한 거리에서 분주한 중심지로 돌아오니 꿈에서 현실로 돌아온 기분이 들지 않나요? 오늘 저의 안내는 여기까지입니다. 서촌이 마음에 드셨다면, 알려드리지 않은 길도 조금씩 더 걸어보면서 당신만의 서촌 산책길을 만들어보세요. 함께 해주어 고맙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