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성상사>, 필름에 담기는 시간들

Moments Taken in Films

필름 카메라로 찍은 사진에는 무언가 특별한 것이 있다. 빛이랄까, 색이랄까, 분위기랄까. 요즘 일상이 된 스마트폰 사진과 비교하면 같은 풍경이 더 따뜻하고 흐리게, 아련하고 그리운 장면으로 담긴다는 느낌.


인스타그램은 계속해서 필름 카메라 사진 느낌의 필터를 추가하고, 필름 카메라처럼 사진을 찍어준다는 스마트폰 어플리케이션들도 홍수처럼 등장했지만 아직 그 어떤 것도 ‘진짜 필름'을, 그 특유의 오묘한 감성까지를 대체하지는 못한다.


그동안 늘 필름 카메라를 써보고는 싶었지만, 불편하고 복잡하다는 이유로 미루어왔다면 이번 종로 여행을 기회로 도전해보면 어떨까? 어쩌면 여행이야말로 ‘일부러 불편을 감수하는 일’의 첫 번째이고, 당신은 지금 그 일을 기꺼이, 즐겁게 감수하고 있으니까 말이다.

words. Gaeun Kim

photography. Gaeun Kim

한 곳에서 필름 카메라를 구매하고, 정해진 수만큼의 사진을 찍은 다음, 디지털화된 이미지로 받아보기까지 할 수 있는 장소가 있다. 이름하여 <우성상사>. 30년 동안 레트로의 거리 종로3가를 지키며 필름 카메라 마니아의 성지로 사랑받아 온 곳이다.


우성상사/Woosung Sangsa

서울시 종로구 돈화문로 31

31, Donhwamun-ro, Jongno-gu, Seoul

02-764-4441

일요일 휴무/closed on Sundays

10:00-20:00

하나, 일회용 카메라 구매하기

자유여행의 동행으로 가장 적합한 선택은 ‘일회용 필름 카메라'다. 주머니에 넣고 다니다 한 손으로 꺼내들어도 부담 없는 무게, 고민하지 않고 셔터를 누르기만 하면 눈으로 본 풍경이 그대로 담기는 경험.


가장 기본적인 셋팅으로 시작을 하고 싶다면 두 가지 선택만 해주면 된다. 따뜻한 색인지 청량한 색인지, 그리고 스물 일곱 장인지 서른 아홉 장인지.

따뜻한 색, 코닥 펀세이버
따뜻한 색, 코닥 펀세이버
청량한 색, 후지 심플 에이스
청량한 색, 후지 심플 에이스
둘, 손가락을 주의하며 사진 찍기

조작은 간단하다. 셔터를 누르고, 휠을 돌리기. 사진을 찍을 때는 손가락이 렌즈를 가리지 않도록 주의할 것. 화면에 보이는 그대로 찍히는 스마트폰 사진과 다르게 필름 카메라는 뷰파인더에 보이는 장면과 실제 사진에 찍혀 나오는 장면 사이에 약간의 차이가 있다.


뷰파인더에 손가락이 걸려보이지 않더라도, 혹시 무심코 렌즈를 가리는 위치에 두고 있지는 않은지 신경을 써줄 것. 인생샷이라고 생각한 사진에 얼굴 대신 손가락이 찍혀있으면 누구라도 속상할 테니까.

셋, 필름 맡기고 스마트폰으로 받아보기

주어진 롤을 다 채웠다면 다시 우성상사로 돌아가자. 1롤 당 5,000원을 내면 당일 안에 현상은 물론 스캔까지 해서 파일로 보내준다.


필름의 미학은 기다림인데, 너무 빨리 나오는 것 아니냐고? 문제 없다. 충분히 기다렸다는 생각이 들 때까지 메일을 열어보지 않으면 되니까.

단, 당신이 그럴만한 인내심이 있을 경우에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