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청동 전래동화 <항아리수제비와 단팥죽>

A Folk Tale in Samcheongdong

words. Gaeun Kim

photography. Gaeun Kim

삼청동의 ‘삼청'은 ‘세 가지가 맑다'라는 뜻이다. 그 세 가지는 바로 산과 물, 그리고 사람의 인심.

이곳에는 40년 동안 전래동화처럼 이어져 내려오는 두 가지, 수제비와 단팥죽이 있다.


“옛날 옛날에 오누이가 살았어요. 오누이는 가난한 마을에서 태어나 어렵게 자랐지만, 누구보다 착한 성품과 고운 마음씨를 가지고 있었습니다. 어느 날 하늘에서 선녀가 내려와 오누이에게 먹을 것 한 가지가 끝 없이 나오는 항아리를 하나씩 선물해주겠다고 했어요.”

삼청동 수제비 since 1982

어느 평일 점심 시간. 앞에 줄이 길게 늘어선 가게를 발견했다. 한적한 거리에 이게 웬 줄인가 했더니 평일이고 주말이고 이곳은 항상 이렇다고.


“여동생은 배고픈 사람을 배부르게 해주는 수제비 단지를 달라고 했어요. 그 맛이 훌륭하고 또 많은 사람들을 배고픔에서 구해내니, 사또께서 삼 년이나 상을 내리셨답니다.”

줄은 생각보다 빨리 짧아졌고, 주문 후 음식이 나오기까지 채 몇 분이 걸리지 않았다.

얇은 수제비피와 두툼한 감자전은 맛과 식감을 동시에 만족시켜주고, 곁들여 마시는 동동주는 입에 착 감긴다. 대낮부터 조금 발그레해져도 괜찮았다. 맛있는 음식을 먹고 행복한 거니까.


수제비와 전, 동동주라는 간단한 메뉴로 40년 가까이 삼청동을 대표해 온 맛집. 2017년, 2018년에 이어 2019년까지 3년 연속으로 미슐랭 가이드에 올랐단다. 가이드에 오르는 게 전부는 아니지만, 3년 동안 빠짐 없이 오를만큼 사랑받기에 충분한 음식이었다는 것 하나는 확실.

삼청동 수제비/Samcheongdong Sujebi

서울시 종로구 삼청로 101-1

101-1, Samcheong-ro, Jongno-gu, Seoul

02-735-2965

연중무휴/open everyday

11:00-21:00

서울서 둘째로 잘하는 집 since 1976

간판에 적힌 이름을 보고 두 가지 질문이 떠올랐다. 서울서 둘째로 뭘 잘하지? 첫째로 잘하는 집은 어디지?

직접 탐방해 본 결과 한 가지 의문은 풀렸고, 다른 한 가지는 그대로 남았다.


“오라버니는 귀신을 쫓는 붉은 팥죽 단지를 달라고 했어요. 이 팥죽이 마을을 나쁜 일로부터 지켜주었고, 사람들은 이를 감사히 여겨 대대손손 아이들에게 팥죽 쑤는 법을 물려주었답니다.”

가장 인기 있는 메뉴는 바로 단팥죽. 달달하고 고소한 팥의 맛에 견과류를 듬뿍 올려 씹는 맛을 더했다. 가장 한국적이면서 동시에 가장 세계적인 디저트가 아닐까? 오랜 여행에 지친 여행자라면 좋은 재료를 넣고 푹 끓인 건강음료, 대추차도 꼭 맛보기를.


1976년, <삼청동 수제비>보다 6년 먼저 삼청동에 터를 잡은 이 곳은 2014년 ‘서울미래유산’으로 지정되었다. 즉 이곳의 음식, 문화가 서울의 미래세대에게 물려주고픈 유산이라는 의미. 미래세대에게 물려주기 전에 지금 먼저 느껴보자.

서울서 둘째로 잘하는 집/The Second best in Seoul

서울시 종로구 삼청로 122-1

122-1, Samcheong-ro, Jongno-gu, Seoul

02-734-5302

월요일 및 명절 휴무/closed on Mondays/Korean Holidays

11:00-21:00

so.dosi recommends

둘 중 어느 곳을 가야할지 고민이라고요? 둘 다 가면 됩니다. 먼저 수제비, 그리고 단팥죽.